1920년 독일로 망명해 유학생활을 시작했던 이미륵은 뮌헨대학에서‘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31년 작가의 길로 선회해 자전소설「Der Yalu fließt. 압록강은 흐른다」를 발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의 책이 독일 유명 출판사 피퍼에서 출간되었을 때, 독일 전역의 신문사들은 일제히 찬사를 쏟아냈고, 한 잡지의 여론조사에서는 “올해에 독일어로 씌어진 가장 훌륭한 책은 외국인에 의해 발표되었는데, 그가 바로 이미륵이다.”는 기사를 발표했다. 1946년 발표된 그의 소설은 세계 2차 대전의 패배로 광기의 히틀러시대가 막을 내린 뒤 폐허더미 속에서 몰락과 실향(失鄕)이라는 지독한 절망감에 빠져있었던 독일인들에게 순수한 영혼에 대한 동경(憧憬)과 이상향을 회복시켜주는 푸른 기적을 일으켰다.

  독일인들은‘정신적인 모든 것을 호흡하고자 했던’순수 자유인 이미륵을 진정한 휴머니스트‘완전한 인간’으로 오랫동안 기억했다. 그러나 독일인들에게 깊이 각인되었던 ‘완전한 인간, 이미륵’은 다름 아닌‘한국인 이미륵’에 대한 초상이었으며, 이 책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에 고국을 떠나 낯선 땅에서 찬란한 지성과 순수예술을 꽃피웠던 ‘한국인 이미륵’의 생애와 그의 작품, 그리고 그의 철학과 사상에 대한 총체이야기이다.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었으며, 제 1부는 그의 ‘출생과 성장’의 이야기이다.

  19세기 마지막 해 1899년에 태어난 이미륵의 본명은 이 의경(李 儀京)이고, 세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미륵’은 필명(筆名)이면서, 동시에 독문소설 <Der Yalu fließt 압록강은 흐른다>의 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러나 예사롭지 않은 ‘미륵’이라는 이름은 실제로 그의 ‘생’전반에 관련된 함의(含意)적 표징이다. 자전적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에 등장하는 작가의 필명과 동명(同名)인 인물 ‘미륵’에 중첩된 허구적 실재성(實在性)에서 일차적으로‘사실성’을 변별해내고, 허구와 실제사이에 내재해 있는 인식경계의 모호성을 뒤받쳐줄만한 증언이나 기록물들의 내용을 삽입해 새롭게 어린‘미륵’의 성장이야기로 재구성했다.

  제 2부는 독일에서의 정치적 망명 30년 세월과 그의 고독했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1919년 3.1 항일운동 참가를 계기로, 그 해 5월에 결성된 <대한청년외교단>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내용의 전단을 작성하는 편집부 일을 맡았던 스무 살 청년 이 의경이 일본경찰에 쫓겨 상해로 건너가 ‘대한적십자 십자대원’으로 활약하다가, 1920년 5월 독일 남부 뮌스터슈바르차하 수도원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

  그리고 1923년 이후 뷔르츠부르크 대학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가 1925년 뮌헨대학으로 전학해 1928년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던 독일에서의 초기 망명 생활과 1930년 대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창작활동의 배경과 1946년 그의 대표작 <압록강은 흐른다>를 발표하기까지 작가로서의 성공적인 삶. 그리고1948년 독일 뮌헨대학 동양학부에서 <Korea>와 맹자, 논어 등 중국의 사상과 문학은 물론 일본 문학을 가르쳤던 교육자로서의 삶. 그리고 1950년, 마침내는 찬란히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했던 그의 죽음의 이야기로 재구성되었다.

  제 3부는 이미륵의 사후(死後)에 다시 피어오른 그의 ‘아름다운 생에 대한 찬미’의 이야기이고, 동시에 미완의 슬픈 해후의 이야기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바로 그 해 1950년 6월 25일, 한국에서는 동족상잔이라는 비극적 전쟁이 발발했고, 독일 사람들은 앞 다투어 한국인 이미륵을 회고하는 글들을 발표했다. 피퍼 출판사에서도 <압록강은 흐른다>를 재판(再版)하면서 그에 대한 추모의 후기를 실었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59년이 되어서야 그의 대표작 <압록강은 흐른다>가 한국어로 번역되어 마침내 이야기 속 인물 이미륵으로 귀향하게 되었다. 그와의 슬픈 해후는‘잃어버린’ 소중한 것의 가치를 회고시켰고, 미완의 재생이라는 여백의 항구성을 일구어 내게 했다.